기자회견까지 하고 경찰 출두한 민주노총 간부
서울 도심에서의 불법시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장옥기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사진)이 영장 집행을 거부하다 51일 만인 3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 간부의 첫 구속 사례다. 출두 전 장 위원장은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공권력도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다 장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그제야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회견에 참여한 상급단체 민주노총은 ‘구속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촛불정권의 의무 망각” 경고

서울 대림동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 위원장은 “건설근로자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자진 출두하겠다고 말해왔다”며 공권력이 공정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구속을 비난했다.

작년 11월28일 장 위원장은 서울 마포대교를 점거한 불법 시위를 주도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집회를 끝내고 돌아가려던 참가자들을 부추겨 마포대교 남단을 점거하는 바람에 일대교통이 1시간가량 마비됐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이종화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장 위원장은 너무나 정당했다”며 “촛불집회가 정당했듯 노동자들이 건설근로자법 통과를 주장한 그 어떤 것도 처벌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도 드러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정권 들어서 첫 구속 사례”라며 “간과하지 않겠다”고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그는 “촛불이 아니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정권이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며 “촛불의 기폭제가 됐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영주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을 감옥에 두고 있다”고도 했다.

◆국회의원도 경찰 비난에 가세

회견장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참석해 경찰을 비난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경찰 책임자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 나오는 대로 체포한다더라”며 “대역죄인인 박근혜·이명박도 그렇게 바로 수갑채우는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대의를 위해 정당방위를 한 행위를 분명히 존중해야 한다”며 불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3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구속이 결정된 뒤에는 건설노조 사무실에 은거해 왔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기관은 곧장 피의자를 구치소에 수감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경찰은 장 위원장의 소재를 파악한 뒤에도 자진 출석을 권유하며 구속영장 집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4일에는 영등포경찰서 검거전담팀 10여 명이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영장집행을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이 저항한다며 15분 만에 철수했다.

이날도 경찰은 노조원들로부터 건물 밖으로 내쫓기는 장면을 연출했다. 경찰관 두 명이 회견이 열리는 사무실 아래층 2층 복도에서 대기하자 일부 노조원이 나서 “알아서 가겠다는데 왜 위협하느냐”며 “밖으로 나가라”고 내몰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 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되자 노조원들은 경찰에 고함을 치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도 ‘사진 찍지 말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