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 제보…"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관세 피해"
대한항공 "별장 내 가구는 前소유자에게 인수, 나머진 미국서 구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별장에 고가의 가구를 들여놓으면서 이를 항공기 부품으로 속여 미국 세관 당국에 관세를 내지 않고 밀반입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한국 관세청이 같은 방식의 국내 밀수·탈세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인 가운데, 미국 세관 당국도 조 회장 일가의 탈세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2일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직원은 연합뉴스에 "조 회장이 소유한 미국 별장에는 값비싼 가구들이 즐비한데, 이는 대한항공 세계 각 지점에서 구입해 미국으로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제보했다.

이 제보자는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고가의 가구를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LA 공항에서 세관 검사를 피했다"며 "미국에서도 대한항공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개인 물품에 대한 관세를 피해온 셈"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08년 12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부촌에 고급 별장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은 LA 별장을 593만 달러(한화 63억7천만원 상당)에 사들였으며 이 가운데 400만 달러(42억9천만원 상당)는 은행융자로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의 LA 별장은 수영장이 딸린 고급 빌라 형태로,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가구 등으로 호화롭게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인천공항을 통해 가구나 명품 등 물건을 들여오면서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혐의를 잡고 조 회장 일가 자택 압수수색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다수 직원 제보에 따르면 조 회장 일가는 사적으로 구입한 가구 등을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하는 등 방법으로 세관 당국의 눈을 피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수법으로 조 회장 일가가 미국에서도 LA 별장에 놓을 가구 등을 미국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반입했다는 것이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조 회장 일가의 밀수·탈세 의혹에 대해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조 회장 일가가 미국법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제보자는 "미국 세관 당국이 가구 밀반입 사실을 알게 되면 국제범죄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며 담당자들이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 LA 별장은 개인 돈과 은행융자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구입한 것"이라며 "별장 안에 있는 가구, 테이블, 주방기구 등은 직전 소유자로부터 인수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침대 등 일부 가구의 경우 미국 내에서 자비로 구매한 적은 있지만, 고급가구를 (해외에서) 밀반입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