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달라.” “가석방 명단에 포함해달라.” “영치금 좀 넣어달라.”

전국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교도관들이 일부 수용자들의 도를 넘는 민원 제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거나 무리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검찰 경찰에 고소하는 등 ‘보복’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독방 달라" "가석방시켜 달라" 안들어주면 소송… 교도관은 괴로워
2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수용자의 인권위 진정 제기 건수는 2017년 4528건으로 전년보다 21.8% 증가했다. 2008년 이후 감소하던 진정 제기 건수가 10년 만에 다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인권위가 작년 수용한 진정 건수는 10건에 불과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 교도관에 앙심을 품고 골탕을 먹이기 위해 제기한 건이 많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교도관들이 소환조사를 받기 때문에 이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규정을 악용해 남다른 처우를 노리고 교도관들과 ‘딜(거래)’을 시도하는 수용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방으로 옮겨 달라거나 모범 수용자만 가능한 가석방 명단에 자신을 넣어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내놓기도 한다.

교정청 관계자는 “불우수용자에게만 지급하는 영치금이 자기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거나 침대를 넣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씁쓸해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보공개청구나 검찰·경찰 고소, 행정심판 제기도 이어진다. 수용자가 교정시설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경우 법상 교도관은 10일 이내에 답변해줘야 한다. 예컨대 "지난 10년간 교도소가 받은 기증물품 내역을 제출하라"거나 "지난 10년간 교도소 방문자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는 식이다.

교정청 관계자는 “교도관들이 밤을 새워가며 수백 건의 자료를 준비하느라 수용자 상담과 교육 등 일상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며 “국정감사 때 일부 국회 보좌관들이 무리한 자료 요구로 ‘갑질’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교도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정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는 2013년 1만4587건에서 2016년 1만7675건으로 21.2%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수용자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만 정보공개청구를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제한 규정이 없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한 검찰 경찰 고소·고발도 지난해 783건으로 전년보다 12.2% 증가했다. 제소자의 민원을 안들어주면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 대상에 오른다. 작년 고소 고발 당한 인원만 1586명으로 전체 교정공무원(1만6000여 명)의 10%에 달했다. 하지만 모두 무혐의,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주로 사기, 마약, 성폭행 범죄 경력의 수용자들이 보복성 고소 고발을 남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 고발 전 단계인 행정심판건수도 작년 420건으로 전년(347건) 보다 21%증가했다. 법무부 측은 “교도관들이 검찰과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느라 사기가 저하되고 스트레스로 심리 치료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악성 민원으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고윤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