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발표한 9개 국적 항공사 승무원 근무실태 특별점검 결과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가 항공업계 현직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1~13일 승무원 근무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연차 사용을 제한당했거나 제한당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익명 SNS 블라인드, 승무원 1000명 설문하니…“92%가 연차 제때 못 쓴다”
대한한공 직원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98%로, 가장 높았다. 대한한공은 국토부 조사 결과에서 연차 사용을 제한한 항공사로 지목된 바 있다. 그 다음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던 곳은 △에어부산 94% △진에어 94% △티웨이항공 88% 등의 순이었다.

‘법정 승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15.6%였다. 앞서 국토부는 법정 승무시간을 초과한 사례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초과 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항공사는 △이스타항공 22% △대한항공 19% △에어부산 19% △티웨이항공 13% 등의 순이었다.
익명 SNS 블라인드, 승무원 1000명 설문하니…“92%가 연차 제때 못 쓴다”
국토부는 최근 조종사와 승무원 휴식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무시간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승무원 피로 경감을 위한 근무시간 개선방안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9%가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22.3%)까지 합하면 부정적 반응이 80% 이상이다.

현행법상 승무원들의 승무시간은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움직인 순간부터 착륙 후 멈춘 마지막 순간까지 소요 시간만 반영한다. 승무원들은 “이륙 2시간 전까지는 출근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일찍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행 전후의 잔여 근무시간을 승무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 SNS 블라인드, 승무원 1000명 설문하니…“92%가 연차 제때 못 쓴다”
블라인드 앱에는 승무원의 규정 외 노동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대한항공 승무원의 남편’이라 밝힌 한 사용자는 “팀원이 병가를 내면 팀원 전체의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며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기내 물품을) 강매한다”고 썼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