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관광업계 화두 된 '오버투어리즘'
필리핀 정부가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 섬(사진)을 반년간 폐쇄하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면서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라카이를 찾는 관광객 수만 매년 200만 명을 넘어섰다. 수년 전부터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서 하수와 쓰레기가 섬의 환경을 치명적으로 위협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보라카이 바다의 부영양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해왔다. 지난 2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라카이 섬을 ‘시궁창(cesspool)’이라고 부르며 환경부 장관에게 6개월 안에 오염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하수와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해지자 관광지 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필리핀 최대 관광지인 보라카이에는 500여 개의 관광 관련 산업이 존재하며 지난해 관광업으로 인한 지역 소득은 560억페소(약 1조1384억원)에 이른다. 관련 업종에는 1만7000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현재도 1만1000명의 건설 노동자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된 상태다.

보라카이 폐쇄가 결정되면서 한국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는 폐쇄 기간에 보라카이 여행상품을 예약한 관광객에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하거나 여행지를 변경해주기로 했다.

폐쇄 기간 중 보라카이 상품을 예약한 고객은 하나투어 1600명, 모두투어 900명 정도로 확인됐다. 지난 2월부터 보라카이의 환경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폐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예년보다 예약 고객이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보라카이를 찾은 관광객 중 한국인 관광객은 약 40만 명에 달한다.

보라카이를 대체할 여행지로는 필리핀 세부와 팔라완 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인기 휴양지인 베트남과 태국 등도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중산층 증가, 저비용항공사 확산에 따른 관광비용 감소 등 영향으로 빠르게 관광객이 늘어나 생기는 문제”라며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관광객 제한이나 생태관광 등 다양한 정책이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