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차량호출 업체 그랩(Grab)이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부문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요금인상과 운전기사 처우 악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그랩이 인구 6억4천만 명의 동남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동남아 차량호출 독점 '그랩' 요금인상 우려… 당국, 조사착수
그랩은 당장 요금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채널뉴스아시아 등은 잇따라 불안해하는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매일 그랩이나 우버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30대 회사원은 "할인혜택을 주는 앱을 골라 이용했는데 이제 그랩밖에 선택할 수 없게 됐다"면서 "업체가 하나뿐이니 쉽게 요금인상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 등으로 시장을 넓혀온 그랩의 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있다.

싱가포르의 한 20대 여성은 "그랩의 요금이 올라 일반 택시와 비슷해지면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기사들의 우려는 더 크다.

하노이에서 두 업체에 모두 가입한 20대 운전기사는 "경쟁이 없으면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지원을 줄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싱가포르에서 양사에 다 등록한 40대 운전기사는 "기사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우버 덕분에 돈을 더 벌 수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 각국의 독점규제 당국이 대응에 나섰다.

싱가포르 경쟁위원회는 그랩과 우버의 동남아 사업부문 합병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30일 전했다.

양사의 합병이 효율성을 높일지,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할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도 양사의 합병이 경쟁법에 저촉되는지 살피기 위해 그랩에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낸시 슈크리 말레이시아 총리실 장관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그랩이 요금을 올릴 경우 법적인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랩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8개 국가 180여 개 도시에서 개인 승용차, 오토바이, 택시, 카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동남아 최대 운송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그랩은 지난해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25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삼성전자와는 모바일 솔루션 제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