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흥정' 나선 北 김정은… 한·미 단계적 조치 요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 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추진 의지를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대신 “단계적이고 동조적인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이를 근거로 대가를 요구하는 흥정을 하겠다는 협상전략을 공식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하자 김정은은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조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은 의미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이날 중국과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내놓은 회담 결과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 공개한 발표문엔 비핵화라는 단어가 세 번 나왔지만 북한 매체가 보도한 발표문엔 비핵화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는 28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서 환대를 받았고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확인했다’는 내용만 전하고 비핵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외무부 장관을 지낸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미국이 생각하는 ‘북핵 폐기’가 아니라 미국도 한반도에서 핵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한반도 지역의 비핵화”라며 “이런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라는 단어를 대내외적으로 섣불리 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은 그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의 복원에도 합의했다. 김정은은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라며 전통적 친선 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나의 아버지 시중쉰 동지께서도 생전에 조선 영도자들께서 중국을 방문하셨을 때 여러 차례 영접했다”며 “김일성 주석 동지, 김정일 총비서 동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도 성사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는 당과 정부의 이름으로 시진핑 동지가 편리한 시기에 조선을 공식방문할 것을 요청했으며 초청은 쾌히 수락됐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원로 지도자들의 누대에 걸친 긴밀한 왕래는 일상적인 친척 왕래와 같았다”며 “상호 방문과 특사 파견, 서신 교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락을 일상화하고 전략적 소통의 전통을 활용해 심도있게 의견 교환을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인설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