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왕(왼쪽), 김선욱.
지안 왕(왼쪽), 김선욱.
“듀오 무대는 음악 안의 내적인 힘이 통해야 가능합니다. 김선욱은 피아노 건반을 거의 부술 듯 쳐야만 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도 정말 섬세한 음색으로 표현할 줄 알아요. 그와 함께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지안 왕(50)이 한국 피아니스트 김선욱(30)과 듀오 공연을 앞두고 2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안 왕은 “서로의 섬세함에 반해 듀오 무대가 마련됐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관객 앞에서 환상적인 연주자와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아홉 살 때 중국 상하이음악학원에 수석 입학해 신동으로 화제를 모았다. 1979년엔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에게 발탁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예일대, 줄리아드음악원을 거쳤으며 로열콘체르트허바우, 런던심포니 등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 등과 실내악 공연을 자주 열면서 더 유명해졌다.

“실내악을 하면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아이디어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도 있죠. 남들도 제 말을 조금 더 귀 기울여 듣는 것 같습니다.”

김선욱도 지안 왕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안 왕은 선이 굉장히 굵지만 유려하고 섬세한 부분에서는 폐부를 찌르는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지안 왕은 독특한 연주 모습으로도 유명하다. 악기를 향해 구부정하게 붙어 앉은 뒤 양발 끝을 들고 연주한다.

“최고의 연주법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연주자에게 가장 맞는 자세와 테크닉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첼로를 연주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거죠. 가는 방법과 목적지 모두 중요하니까요.”

이번 공연은 다음달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부터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