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깃은 中 항공·IT·로봇…中 본격보복 땐 보잉·애플·GM 등 타격 우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주요 2개국(G2) 간 사활을 건 통상전쟁의 막이 올랐다.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중국 전략산업 정조준… 중국 보복에 미국기업도 '덜덜'
미국의 공격에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로 응수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도 위기에 처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500억 달러(약 54조 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5일 내에 부과 대상을 정할 방침이다.

USTR은 이날 "중국의 불공정 무역정책으로부터 비롯된 미국 경제의 피해와 상응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검토된 부과 대상에는 항공과 정보통신기술(ICT), 기계 부문이 포함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의 산업진흥책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한 것이며 IT와 자동화기기 및 로봇, 항공우주 장비, 선진 철도 기술 등 10개 산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미국의 무역공세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명령이 발표된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30억 달러(3조2천400억 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무부가 발표한 관세 부과 계획 리스트에는 철강과 돈육 등 7개 분야, 128개 품목이 포함됐다.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중국 전략산업 정조준… 중국 보복에 미국기업도 '덜덜'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제기됐던 미·중 간 무역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CNN머니와 CNBC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본격화할 경우 현재 대중 투자를 가속하고 있는 보잉과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의 다국적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이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인만큼 미 증시가 받을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중국의 보복에 가장 취약한 미국 기업으로 지목됐다.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300대, 총 370억 달러(40조 원) 어치를 판매하는 계약을 중국과 체결했다.

지난해 중국 매출 규모도 120억 달러(13조 원)에 달한다.

아울러 보잉은 최근 시장 추세를 고려해 중국이 향후 20년간 1조 달러(1천80조 원)에 달하는 항공기를 사들일 것이라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시장인 중국이 보잉을 제치고 경쟁업체인 에어버스와 손을 잡을 경우 보잉이 받을 충격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지적이다.

애플과 인텔, 퀄컴과 같은 IT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은 중국 내에 생산기지가 있거나 중국 매출이나 투자 비중이 크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애플은 전 세계 아이폰의 30%가 중국에서 팔리고, 전체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중국 사업의 비중이 크다.

중국 중산층 성장에 따라 수요 특수를 노렸던 미국 소비재 기업들도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중국 전략산업 정조준… 중국 보복에 미국기업도 '덜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유럽연합(EU)이 채택한 미국 보복관세 형태를 따를 경우 할리 데이비슨, 리바이스 등 26개 소매업체들이 다시 보복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12억 달러의 스니커즈와 스포츠용품을 중국에 판 나이키와 최근 중국에서 1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 쓰리엠(3M)도 가장 타격을 받을 업체로 지목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에서보다 많은 400만대의 차량을 판 GM도 보복대상 물망에 오른다.

아울러 라스베이거스보다 마카오에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샌즈와 윈리조트와 같은 카지노 기업들도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 최대 채권인 것을 고려할 때 미 국채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암운이 점점 고조되던 지난 1월 미 국채를 100억달러 넘게 팔아치웠고, 이는 중국이 미국 무역공세에 반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두됐다.

CNN머니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중국 경쟁업체들로부터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며 "하지만 중국이 관세로 보복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잃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