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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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이유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 예년의 2개월에서 1개월로 축소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사진)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 특보가 언급한 내용이 마치 예언처럼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문 특보의 의견이 청와대 외교·안보 정책에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특보는 지난 1일 미국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가 성사된다면 독수리훈련(FE)이 연기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최근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언급하며 “서울에 있는 미 대사관도 연합군사연습에는 추가 연기가 없을 것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며 “그러나 연습과는 다른 연합군사 ‘훈련’에 관해 말하자면 어느 정도 조정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치르는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은 그대로 하겠지만 실제 병력을 투입하는 FE는 일정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20일 국방부는 KR은 4월 중순부터 2주간, FE는 4월1일부터 4주간 한다고 밝혔다. FE 기간이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줄어든 것이다. 핵추진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군의 전략자산도 대부분 투입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특보의 영향력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알력에서도 드러났다.

문 특보는 지난해 9월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참수부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송 장관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주 잘못된 것이며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그분(문 특보)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지 정책특보 같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참수부대’라고 써온 북한 침투작전 대비 부대 명칭은 ‘특수 임무 여단’으로 변경됐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참수 작전 부대는 우리 군에서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용어이므로 앞으로 보도할 때는 특수 임무 여단이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밝혔다.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환경영향평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일반 환경평가로 바뀐 것도 문 특보 의중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민주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라도 필요한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 환경영향평가는 불가피하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계절에 걸쳐 평가돼야 한다”고 말해 환경영향평가가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