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 외교장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5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 등 한·미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강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방북의 모멘텀을 살려 나갈 필요가 있고, 앞으로 중요한 외교일정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한·미 간) 여러 레벨에서 긴밀히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사가 지난주 방미해 방북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고, (이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마련해나가는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존 설리번 미 국무장관 대행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을 평가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당초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만날 계획이었으나, 그가 경질되면서 설리번 대행과 만나기로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전화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양측은 한국의 철강분야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또 폴 라이언 하원 의장,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 등 미 의회 인사들과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15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만난다. 두 사람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최강일 부국장과 함께 평양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 외무상은 베이징을 거쳐 스웨덴으로 떠날 예정인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사전 접촉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부국장은 스웨덴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 외무상 일행이) 북·중 접촉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회의 일정이 있어 베이징공항을 경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북·미 간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그동안 북·미 접촉 창구로 이용돼 왔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오는 20일 한국을 찾아 21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할 계획이다. 양 국무위원의 방한은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나가자는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