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거래일 동안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사그라지면서 ‘반도체주 랠리’로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컸다.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크게 완화된 점도 외국인을 다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반도체에 ‘베팅’하는 외국인

13일 코스피지수는 10.37포인트(0.42%) 오른 2494.49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592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지난해 10월11일(7020억원) 후 하루 순매수 규모로 최대치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611억원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간 981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바이 코리아’ 재개 기대를 높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편식’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3831억원, SK하이닉스를 2220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코스콤 전산 시스템으로 수치 확인이 가능한 2006년 1월 이후 하루 순매수 규모로 최대다. SK하이닉스 순매수 금액도 2013년 10월8일(3474억원) 후 가장 많았다.

외국인의 ‘사자’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9만6000원(3.86%) 오른 258만3000원에 마감하며 한달 반 만에 250만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5100원(6.01%) 오른 9만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한 게 호재가 됐다.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으로 꼽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전날 8.76%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만 24.67% 올랐다. 노무라의 미국 주식리서치 자회사인 노무라인스티넷이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55달러에서 100달러로 두 배 가까이 높였기 때문이다. 로밋 샤 노무라인스티넷 전략가는 “반도체 회사들이 올해 2, 3분기 연속으로 가격을 올려 향후 6개월간 반도체 칩 가격이 10%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9.35배로 SK하이닉스(5.81배)보다 높다”며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두 배로 높인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론도 힘을 얻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반도체 비수기인 1분기에도 D램 가격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당분간 한국 업체를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며 “반도체는 올해도 초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적 랠리 기대감 커져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이 오르는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유동성과 실적”이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영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실적이 주가를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 외에도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산업재와 금리 상승 환경에서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금융·은행·보험업종을 주목할 만하다고 오 센터장은 조언했다.

1분기 실적이 나오는 다음달부터 실적 랠리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랠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증시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 센터장은 “한국 증시를 짓눌러 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거에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영연/최만수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