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늙다리' 등 원색 비난 사라져
북한 매체, 트럼프 지칭 '미국 집권자' 표현…비난수위 조절?
북한의 관영매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13일자 6면 '미국이 쏘아올린 무역전쟁의 신호탄'이라는 제목의 정세해설 기사에서 "최근 미 집권자가 자국이 수입하고 있는 철강재에 25%, 알루미늄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했다"며 "만일 이것이 그대로 실행되는 경우 미국을 시장으로 삼고 있는 서방국가들은 물론 세계의 많은 나라 철강재 및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들이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내용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관세가 세계 무역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늙다리미치광이', '트럼프패거리' 등의 격한 표현 대신 '미(美) 집권자'라는 상대적으로 점잖은 표현을 쓴 것이 눈길을 모았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들이 5월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난의 수위를 낮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할 때 과거에도 '미 집권자' 등의 표현을 드물게 쓴 적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늙다리', '전쟁 미치광이', '테러 왕초' 등의 막말 표현과 함께 사용해 왔다.

노동신문은 작년 12월 21일자 논평에서도 "미 집권자가 직접 나서서 조선과 분명히 중대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느니, 조선에 대한 군사적 타격방안을 유지하고 있다느니 하는 나발을 계속 불어대는가 하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미 집권자'라고 지칭했지만, '골목깡패', '미친개' 등의 과격한 표현을 함께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수용한 이후에는 북한 매체들의 대미 비난 빈도도 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만남 제안 수용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노동신문이 "우리에게는 그 어떤 군사적 힘도, 제재와 봉쇄도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대북제재를 비난한 정도만 눈에 띄는 정도다.

노동신문의 13일 무역전쟁 관련 기사는 "국내외적으로 비난이 날로 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가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의 도화선에 기어코 불을 달려고 하는 것은 저들이 처한 정치, 경제적 위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관세정책을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전략이나 한미연합훈련, 대북제재 등을 비난할 때 등장하는 위협적인 목소리는 없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수용 뒤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 매체의 이런 기조가 앞으로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