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쓰나미 정치권 강타…지방선거에 불어닥칠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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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에서 '우리 희정이'로 불리며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고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후보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혔던 그가 미투운동을 독려한 그날 미투운동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폭로되며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안희정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가 알려지자 국민들은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며 어이없어했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아내에게 끔찍한 애정을 표하고 다정다감한 남편의 모습을 과시했던 그였기에 이번 '성폭행' 사건은 그 충격이 더 했다.
안 지사는 지난 경선 때 부인 민주원 씨와의 러브스토리로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 지사와 고려대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 민주원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능력을 발휘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며 무한신뢰를 표한 바 있다.

안희정 지사의 수행비서를 거쳐 지금은 정무비서로 재직중인 김지은 씨는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은 작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 측은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강압이 없었다"고 반박했다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라고 정정했다.

안지사의 성폭행 폭로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각 당의 희비는 엇갈렸다.
우선 안지사와 인연을 내세우며 충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안 지사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경력을 앞세워 "안희정은 내 친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홍보를 해 왔기 때문에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시급한 상태다.
박 전 대변인은 '충남도민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내고 "피해 당사자가 얼마나 고통 속에 힘들어했을지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 지지율 반등 노리는 한국당 '민주당=성폭령당' 공세
자유한국당은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 논란을 한국당 지지율 역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듯이 "민주당=성폭력 당"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한 술 더 떠 "민주당은 충남지사 후보를 내서는 안된다"고 까지 말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는데 지난 대선에 한국당은 왜 대선 후보를 내놨느냐"는 네티즌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 정치권 '미투운동' 판도라의 상자 열렸나
김지은 안희정 지사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정치권에도 한바탕 '미투 운동' 확산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국회 게시판에는 "용기를 내보려 한다"는 비서관의 폭로가 이어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은 한 보좌관이 과거 19대 국회때 다른 의원실 근무시 비서관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휘말리자 면직처리했다.
자신을 국회의원 비서관이라고 밝힌 A씨는 2012년부터 3년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선임 보좌관으로부터 성희롱성 발언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채이배 의원실은 "가해 당사자가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해당 보좌관을 오늘 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19대 국회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사건"이라며, 지금 근무중인 20대 국회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회 직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최근 들어 미투 관련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면서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위계질서와 구조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에 영향 미칠까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영향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조사한 결과 문대통령의 주간 지지율은 2주 연속 올라 66.5%의 긍정평가를 얻었으나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 지사의 성스캔들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안 지사의 성스캔들로 당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안희정 성폭행' 최초 보도가 나간 직후인 5일 밤 10시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이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고 안희정 도지사에 대해서는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안희정 성폭행 폭탄'으로 대북특사단 성과와 오랜만에 조성된 남북 대화 무드가 퇴색됐다"고 평했다.
안희정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파문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정국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후에도 '미투' 폭로가 이어질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정치권에 집중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