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가 얼마 전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가 발생해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보고서를 내놓은 뒤 투자자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리포트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었다.

셀트리온 계열사 주주들의 ‘주가 지키기’는 증권가에서 유명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3년 “공매도 세력에 질렸다. 회사 지분을 모두 팔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다. 셀트리온 투자자들은 2016년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는 이용하지 않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렇다 보니 셀트리온 계열사와 관련한 리포트를 내는 증권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증권사 리포트나 공매도가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나 증권사를 상대로 공공연히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정적 리포트나 공매도에 재갈을 물리면 당장은 주가 하락을 막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셀트리온 계열사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이 리포트 작성을 꺼리면서 몇몇 외국계 증권사 의견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공매도는 주가에서 거품을 빼 급락을 막고 합리적 가격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제 한국 증시도 ‘매도’ 의견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부터 달라져야 한다. ‘자기 책임’ 원칙은 망각하고 주가 하락 때마다 목소리부터 높이는 일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규제 강화’를 앞세워 성난 투자자를 달래는 데만 골몰하던 당국도 반성해야 한다. 증권사 역시 변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율은 0.91%에 불과했다. 외국계(15.36%)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 32개 국내 증권사 중 한 번이라도 매도 리포트를 낸 곳은 6곳에 그쳤다. 투자자 눈치만 보면서 솔직한 의견을 못 낸다면 선진 증시 진입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