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VR 체험·5G 중계·드론쇼… 평창은 세계 최대 '하이테크 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이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부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을 망라한 ‘하이테크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CNN방송은 “관중은 평창 올림픽에서 동계 스포츠의 진수뿐 아니라 사상 최대의 하이테크 쇼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드론 군무'로 강렬한 인상 남긴 인텔… 1218대 최다 무인 항공기 동시 비행

인텔이 지난 9일 개회식에서 선보인 1218대의 드론 쇼는 정보기술(IT)과 통신 기술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행사는 ‘최다 무인 항공기 동시 비행’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예정이다.

개막식에 등장한 드론은 인텔이 특별 제작한 소형 무인 항공기로 ‘슈팅 스타(Shooting Star)’라는 이름이 붙었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무게가 330g에 불과하다. 배구공보다 조금 무거운 수준이다. 가로, 세로는 각각 38.4㎝. 각 드론에는 위치 파악을 위한 GPS(위성위치정보)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통신칩, 배터리 등이 탑재돼 있다. 이 드론 1218대가 일제히 150㎝ 이내의 간격을 유지하며 오륜기, 스노보드 선수를 그려냈다.

드론 군무를 선보이려면 적지 않은 기술적 난관을 거쳐야 한다. 클라우드 드론 비행을 위해선 드론 간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정밀 위치 측위 기술과 각 드론에 정확한 명령을 내리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기술을 갖춰야 한다. 인텔 관계자는 “이번 드론 쇼에는 GPS·와이파이를 활용한 위치 인식 기술, 드론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기술과 각 드론이 팀장급 드론을 따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측위 센서 등이 총동원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5G 중계 기술 선보인 KT… 썰매에 카메라 부착 실시간 영상 전송

평창에서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시범서비스에 나선 KT는 19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5G 기반 중계 기술 ‘싱크뷰’를 선보였다. KT가 자체 개발한 싱크뷰는 봅슬레이 썰매에 초소형 무선 카메라와 5G 통신 모듈을 부착해 고화질 영상을 중계하는 기술이다.

썰매 앞부분에 장착한 카메라를 통해 선수 시점에서 현장감 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썰매에 실시간 중계 카메라를 장착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모듈 소형화·경량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제 적용에는 실패했다. 반면 KT는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장착에 성공했다. 5G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실시간 중계 서비스는 싱크뷰가 세계 최초라는 게 KT의 설명이다.

5G 덕분에 기존 실시간 중계 기술보다 높은 화질의 영상을 시차 없이 볼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5G는 최고 속도가 초당 20기가비트(Gbps)에 달해 이전 세대인 LTE에 비해 20배 빠르고 같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도 100배 늘어났다. 지연 시간이 0.01초에 불과해 이동 중에도 모바일 기기에서 화면 끊김 없이 원활하게 중계를 볼 수 있다.

IT기술 집약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 스켈레톤·스노보드 생생한 체험

삼성전자는 평창과 강릉에 기술 체험 홍보관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VR,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집약한 체험 공간이다.

삼성전자의 VR 헤드셋을 쓰고 관람객이 직접 동계올림픽의 각 종목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최대 36명이 한꺼번에 의자에 앉아 즐길 수 있는 동계스포츠 체험존 외에도 직접 스켈레톤, 스노보드를 VR로 체험할 수 있다.

각 프로그램마다 수십 명의 관람객이 줄을 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일 평균 6000여 명의 관객이 이곳을 찾았다”며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에 처음 등장한 알리바바그룹도 홍보관을 차렸다. 단순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니라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첨단 IT 기업임을 알리기 위한 전략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10일 홍보관 개소식에 참석해 “알리바바의 장기적 올림픽 파트너십 체결 자체가 기업 철학과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리바바는 홍보관을 클라우드·AI 기술을 소개하는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온라인쇼핑몰 티몰과 연계한 가상 피팅룸 ‘티몰 매직미러’, 여행 취향과 선호 종목을 고려해 일정을 짜주는 ‘스마트패스’ 등을 소개했다.

피터 리우 가트너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VR 체험관 등을 예로 들며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엔 훨씬 더 발전된 기술이 등장하겠지만, 그 근간을 마련한 것은 평창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