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가 연 1%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내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의 금리체계 검사에 나서는 등 거세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결국 가산금리 내린 은행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지난달 분할상환식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연 1.24%로 전달 대비 0.15%포인트 낮아졌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하락한 연 1.17%로 집계돼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가산금리도 0.01%포인트 내려갔다. 국민은행은 연 1.45%로 전달과 같았다. 금융채 5년물(AAA등급) 금리가 올 들어 이달 초까지 0.2%포인트 상승하는 등 시중금리가 올랐음에도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마진과 대출자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코픽스(자금조달비용 지수) 등 기준금리에 가산하는 금리다. 은행 내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의 합이 대출금리다. 이 때문에 KEB하나은행은 평균 기준금리가 상승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6%로 전월과 같았다. 우리은행 역시 기준금리가 연 2.29%에서 연 2.4%까지 올랐지만 평균 대출금리(지난달 연 3.57%)는 0.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가산금리를 낮춰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금금리가 오르는 등 조달금리는 올라가는데 대출금리는 제자리여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서다. 정책이 짧은 기간에 정반대로 바뀐 점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초까진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이유로 대출 총량을 제한하고 가산금리 인상을 유도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이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고 은행권의 영업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시장금리가 올라 기본금리(기준금리)가 오르면 모르지만, 수신금리를 올렸다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압박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기존에 계획했던 대출 가산금리 인상안을 철회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