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저비용항공이 바꾼 여행 풍속도
‘땡처리 항공권’이나 특가 상품을 활용해 즉흥적으로 떠나는 ‘즉행’, 단체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나홀로 떠나는 ‘혼행’, 주말에 가까운 해외 휴양지를 찾는 ‘힐링행’, 성수기를 피해 알뜰 여행을 즐기는 ‘비수기행’, 대도시 대신 소도시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맛보는 ‘소확행’….

요즘 신세대의 여행 풍속도다. 최근에는 항공사의 신규 취항 노선을 찾아다니며 각종 혜택을 누리는 ‘오픈행’까지 등장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저비용항공사(LCC)가 있다.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성향과 저비용항공사의 노선 확대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은 2030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41.9%나 늘었다. 국적 대형 항공사들의 국제 여객이 3226만여 명으로 1.9%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LCC 6곳의 실적도 좋아 지난해 매출 3조6309억원, 영업이익 27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5.0% 늘었고 영업이익은 92.7% 급증했다. 사드와 북한 핵 문제 여파로 중국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일본·동남아 등 노선 다변화와 서비스 개선으로 대응한 결과다. 기존의 공급 패턴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했던 해외여행 수요를 개발한 점도 한몫했다.

일본 노선이 확 늘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인천~마쓰야마’ 노선에 이어 올해 ‘인천~가고시마’ 노선을 선보였다. 이스타항공도 ‘인천~가고시마’와 ‘인천~미야자키’ 노선에 이어 ‘인천~오이타’ 등으로 노선을 확장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오이타에 이어 구마모토 노선을 개설하는 등 국제선 취항지를 총 15곳으로 늘렸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취항지 확대에 따라 여행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우리 국민이 많이 찾은 해외는 일본(29.1%), 중국(8.8%), 베트남(7.5%), 태국(6.1%), 필리핀(4.9%) 순이었다. 모두 아시아 지역으로 근거리·단기간·저비용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여행객은 714만 명으로 전년보다 200만여 명(40.3%) 증가했다. 여행지 검색 비중이 높은 해외 도시 5곳 중 3곳도 일본의 기타큐슈, 구마모토, 시즈오카였다. 올해는 작년만큼 긴 연휴가 없는 대신 징검다리 연휴가 많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행족’이 선호하는 여행지 1~3위도 일본, 홍콩, 마카오다. 국내 여행보다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의 평균 만족도(1000점 만점) 조사에서도 일본여행은 755점으로 국내(713점)보다 훨씬 높았다. 요즘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 만족)까지 따지는 시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