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가 대리점과 함께 정부 입찰에서 담합을 한 뒤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이용해 ‘을(乙)’인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담합을 주도해놓고 홀로 처벌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유한킴벌리는 뒤늦게 대리점이 내야 할 과징금을 대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유한킴벌리와 대리점 23곳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총 135억원 규모의 정부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총 3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사전에 전화 연락 등을 통해 낙찰 예정사와 입찰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리점은 대부분 위법인지 모르고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해 처벌을 면했다. 대신 종업원 수가 10명 안팎인 영세 대리점만 각각 수백만~수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행 리니언시 제도에 따르면 담합 1순위 신고자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 고발이, 2순위 신고자는 과징금 50%와 검찰 고발이 면제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한킴벌리는 19일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3일 유한킴벌리의 담합 사실을 적시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제재 내용 일부를 빠뜨려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공정위는 19일 제재 내용 누락을 공식 사과하고 누락 경위를 파악하기로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