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업체 오마이컴퍼니 성진경 대표 "세상을 돕는 게 금융의 역할이죠"
“오마이컴퍼니는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기업을 돕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입니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죠.”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 사무실에서 만난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사진)는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돈을 못 번다는 건 오해”라며 “생존율도 일반 기업보다 세 배 이상 높아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이 사이트에 사업이나 제품 소개를 올린 뒤 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투자 결과물을 제품이나 서비스로 돌려받는 후원형과 주식·채권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증권형이 있다. 오마이컴퍼니는 후원형과 증권형을 모두 지원한다. 초기 자본 조달이 쉬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성 대표에게 오마이컴퍼니는 세 번째 직장이다. 1998년 2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외환위기로 대기업 공채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백수 신세가 됐다. 경기 성남에 학원을 열었지만, 사교육 시장도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해 1년 만에 접었다. 그는 “1999년 벤처 열풍에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증권사가 사람을 뽑기 시작했는데, 그때 대형 증권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후 투자전략팀장까지 오르며 억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가 됐다.

그는 10년 만인 2009년 사표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가 됐다. 성 대표는 “수익성만 집착하는 금융권이 갚을 능력이 없는 곳에 돈을 빌려주고, 그 여파로 전체 경제와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을 보면서 금융의 진정한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2012년 오마이컴퍼니를 창업했다. 그래도 금융이 세상을 도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돕는 것도 금융의 역할”이라고 했다.

오마이컴퍼니는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공익적인 일을 하는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강점이 있다. 지난해 장애인 전문 여행사인 두리함께가 무보증 전환사채 1억원어치,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녹색친구들이 전환사채 6억6000만원어치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것 등이 그런 사례다. 투자자는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만기에 연 복리 5~7%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는 “사업 구조가 탄탄하고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곳을 선별한다”며 “지금까지 발행한 채권 가운데 채무불이행 등 문제가 생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성 대표는 “창업 초기에 좀 힘들었지만 진로를 바꾼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부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를 기업이 개선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