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심화되는 '중견련 패싱'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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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취재수첩] 심화되는 '중견련 패싱' 현상](https://img.hankyung.com/photo/201802/07.16018106.1.jpg)
19일 만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섭섭함과 서운함이 쌓였다고 했다. 새로 나온 중견기업정책엔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부족하다. 예산도 줄었다. 올해 중견기업정책 예산은 622억원으로 전년보다 19% 감소했다. 주무 부처가 작년 9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산업부로 바뀌었지만 ‘중견기업 패싱’은 여전하다.
중견련은 중견기업으로 구성된 경제단체로 1992년 ‘한국경제인동우회’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1995년 통상산업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뒤 1998년 중견기업연합회로 명칭을 바꿨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낀’ 막연한 위상 탓에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3년 강호갑 회장이 제8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변화가 왔다. 강 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발표에 반발해 취임도 하기 전에 동반위를 항의 방문했다. 정부의 가업승계 대책엔 “이럴 바엔 정부가 기업들 다 가져가라”고 항의하는 등 현안에 적극 대응했다. 결국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 특별법)이 제정됐고, 중견련은 2014년 법정 단체로 전환됐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중견련은 다시 잊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에 성공하려면 중견기업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중견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 수의 0.1%에 불과하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 않다. 2015년 기준으로 수출의 17.6%, 고용의 5.5%를 담당했다. 혁신을 주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들 중견기업에서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2022년까지 중견기업을 3558개에서 5500개로 늘리고, 연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을 80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