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91만 대에서 50만 대 수준으로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GM 군산공장(연 26만 대) 폐쇄를 포함해 부평 1·2공장 등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GM이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고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협조를 유도하려는 과정인지, 완전 철수의 신호탄인지를 놓고 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발표를 앞두고 노동조합에 향후 연 50만 대 생산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연 91만 대 수준인 생산설비를 절반가량 줄이겠다는 얘기다. 한국GM 관계자는 “판매량에 비해 과도한 생산설비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GM의 국내외 판매량은 52만 대였다.

한국GM은 군산공장(26만 대) 폐쇄에 이어 부평 1·2공장(44만 대)과 창원공장(21만 대) 생산설비 중 15만 대가량을 추가로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가동률이 70% 수준에 불과한 부평 2공장을 줄여 1공장과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생산설비 축소에 따른 인력 감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전체 근로자 수는 1만6000여 명이다. 이 중 군산공장(2000명)을 제외한 부평 1·2공장엔 1만여 명, 창원공장엔 2000여 명의 근로자가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GM이 당장 발을 빼기보다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이어가며 버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는 GM이 한국 정부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요청한 자금 지원 요구가 이뤄졌을 경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만약 한국 정부가 GM의 요구를 거부하면 한국 시장에서 짐을 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 거부를 명분 삼아 완전 철수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GM이 결국 철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댄 암만 GM 사장은 최근 군산공장 이외의 나머지 3개 공장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금을 지원받고 시간을 끈 뒤 ‘먹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GM은 2002년 출자와 증자 등을 통해 1조원을 한국GM에 넣고 3조원 넘는 대여금을 빌려줬지만, 이자와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지금까지 수조원을 챙겼다”며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GM이 중국 합작사인 상하이자동차에 한국GM 지분을 넘길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