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정 “평양에 꼭 오세요” >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김여정 “평양에 꼭 오세요” >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하면서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방북 제의에 긍정적 뜻을 내비치면서도 북한을 향해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남북 정상회담까지 녹록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화기애애했던 청와대 오찬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접견 및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한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의 방북 요청 의사를 구두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 방명록에 쓴 글.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 방명록에 쓴 글. /연합뉴스
이날 오찬 접견은 농담이 오고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오전 11시 시작된 접견과 오찬은 오후 1시46분까지 총 2시간46분 동안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김영남은 “올해가 북남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른 시일 안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돼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文 “만남의 불씨가 횃불 되길”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떠난 11일 각각 오찬과 만찬을 대접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마지막 일정인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관람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 앞서 한 환담에서 “우리가 만난 게 소중하다.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말했다. 김영남은 “대통령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자주 상봉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했으니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화답했다.

공연장에서는 문 대통령 오른쪽으로 김여정과 김영남이 나란히 앉았다. 1시간30분가량 열린 공연 도중 김영남은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수차례 닦았다. 공연 후 문 대통령은 “마음과 마음을 모아서 난관을 이겨 나가자”고 했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세요. 문 대통령과 꼭 평양에 오세요”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靑, 대북특사 검토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전략 마련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 이후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공감대를 해치지 않으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피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약속을 해달라는 뜻을 전달할 대북특사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북특사 후보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거론된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위해 중국 정부와 적극 공조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