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vs 친박 중진… 지방선거 앞두고 갈등 재점화
한동안 잠잠했던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간 갈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당내 중진의원들이 당 지도부인 대표·최고위원들과 연석회의를 열어달라고 한 요구를 홍준표 대표(사진)가 단칼에 거절하면서다.

홍 대표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4선 의원 중에는 내가 17대 총선 공천심사를 하면서 정치 신인으로 영입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나는 정치 대선배”라며 “당이 위기에 처할 때는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고 전투를 해 왔는데 친박 정권하에서 (중진의원) 여러분들은 어떤 역할을 했나”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친박 중진들을 직접 겨냥해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별다른 역할 없이 선수(選數)만 채우지는 않았는지, 당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되돌아본 일이 있나”며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적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 측은 전날에도 요청서가 접수된 지 3시간 만에 “당헌·당규에도 없는 회의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곧바로 내놓으며 중진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연석회의 요청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 가운데는 홍 대표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섰던 친박계 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요청서에는 “한국당이 보수적통정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민심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날 12명의 중진의원들이 보낸 연석회의 요청서에서 촉발된 것 같지만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조치 이후 해소되지 않은 채 쌓여온 묵은 갈등이 이번에 다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박 중진들은 현재까지 추가적인 집단행동 같은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품격 없는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중진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당내 과반수 이상인 초·재선의원들도 (홍 대표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