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부동산 시장에서 ‘과열’ 경보음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저금리에 힘입어 가파르게 증가해온 일본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이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말레이시아에선 고급 아파트 개발허가 동결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목적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지난해 전국 은행의 신규 부동산 대출액이 11조7143억엔(약 117조34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줄었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대출액이 전년 수준을 밑돈 것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BOJ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대출이 줄어든 것은 개인이 임대주택을 지을 때 빌려주던 아파트대출(아파트론)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전체 부동산 대출 중에서 아파트대출 등 개인 임대업용 대출은 3조3202억엔(약 33조24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급감했다. 이 분야에서 2015년과 2016년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2015년 상속세법 개정 등으로 임대용 아파트가 절세 투자대상으로 부각됐지만 아파트 등의 과잉건설로 공실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시장 왜곡이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에 신중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도 부동산 시장에 과열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차이나 머니’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뛰고 있지만 공실률도 우려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10월 홍콩의 사무실 가격은 6.5%, 아파트 가격은 5.2% 올랐다. 딜로직 조사에서도 아시아·오세아니아 시장의 지난해 대형 부동산 거래총액은 1952억달러(약 212조6500억원)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하지만 가격이 뛰는 만큼 공실률도 크게 높아졌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쿠칭지역 상업용 건물은 완공 1년이 지났지만 입주율이 10%대에 불과하고, 쿠알라룸푸르의 29층 아파트도 공실률이 50%가 넘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가구당 100만링깃(약 2억7000만원) 이상 고급 아파트의 개발 허가를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당국도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