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순조롭던 질주는 끝났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4.1% 폭락해 지난달 26일 기록한 최고점(26,616.71) 대비 하락률이 10.3%에 달하자 실질적인 조정장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수 하락률이 10%를 웃돌면 ‘본격 조정장’, 20%를 넘어서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증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연 3%를 돌파하면 약세장으로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긴축 공포에 미국 증시 또 '휘청'… "국채금리 연 3% 넘으면 약세장 올 것"
◆국채금리 등락에 춤추는 증시

지난 5일 다우지수가 4.6% 폭락한 데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연 2.885%까지 급등한 영향이 컸다. 8일 다시 다우를 고꾸라뜨린 악재도 국채금리 상승이었다. 10년물은 장중 연 2.884%까지 치솟았다.

이날은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9000명 감소한 22만1000명(계절 조정치)에 그쳤다는 미국 노동부의 발표가 금리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발표된 시간당 근로자 임금상승률(2.9%) 호조에 이은 긍정적 경제지표여서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 금리에 반영됐다. 영국중앙은행(BOE)이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준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 덕분에 증시는 내달렸다. 뉴욕증시는 2009년 저점 대비 300% 이상 올랐다. 미 증시의 새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알고리즘과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상장지수상품(ETP)도 그런 가운데 폭증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Fed는 통화긴축에 나섰다. 지난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세 번 인상을 예고했다. 이를 반영해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탔다. 국채금리 상승은 대출이자, 회사채 등의 시중금리 상승을 자극한다.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고, 주가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ETF 이탈하는 자금도 늘어

뉴욕증시의 S&P500지수 역시 지난달 26일 사상 최고치보다 10.2% 하락했다. S&P500지수 기준으로 과거 20년간 미국 증시엔 10% 이상 하락장이 열 번 있었다. 이 중 2000년 닷컴거품 붕괴(하락폭 49.1%)와 금융위기 1년 전의 2007년(56.8%) 두 번을 빼면 낙폭은 10~19%에 머물렀다.

지수 하락폭이 20%를 넘으면 1년 이상 길고 긴 약세장이 시작된 적이 많았다. 마이클 게수얼디 카이로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급격히 바뀌는 국면”이라며 “조만간 대형 약세장이 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파)’인 에스더 조지 미국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정부는 불확실한 규모의 재정적자에 직면해 있다”며 “올해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부문 CIO는 “국채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고 있다”며 “10년물 금리는 연 3%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CNBC방송은 “국채금리가 3%를 넘으면 증시는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 3.0~3.5%까지 상승하면 증시가 약세장에 들어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세계 최대 ETF ‘SPDR S&P500ETF’에서 최근 4일간 2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반면 HSBC의 피에르 블랑세 멀티에셋전략 총괄은 “이번 조정장세의 종착점을 말하기 어렵지만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하락은 ‘건강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