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에… 직업훈련 받는 'SKY' 출신들
정부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직업훈련 과정에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전에는 고교 졸업자와 2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최근엔 서울 상위권 대학 출신들까지 잇따라 문을 두드리고 있다. 수천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 밑에서 4년을 공부한 뒤 다시 직업훈련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청년 취업난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일 한국폴리텍대에 따르면 이 학교가 개설한 1년 이하 전문기술과정의 지난해 이수자 중 4년제 대학 졸업자는 27.6%(1619명)로 집계됐다. 2010년 이전에 10%대에 불과하던 4년제 대졸자 비중은 2015년 25%를 넘어서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년제 대졸 이수자 중 175명이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다. 전혀 없다시피 했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출신도 최근 2~3년 사이에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25명이 훈련을 받았다.

청년 취업난에… 직업훈련 받는 'SKY' 출신들
국비 직업훈련 과정에도 대학생의 참여 비중이 커지고 있다. 주로 예비취업자들이 수강하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은 4년제 대졸자 비율이 2012년 26.2%에서 2016년 37.1%까지 치솟았다.

대졸자들이 주로 찾는 과정은 핀테크(금융기술), 의료바이오, 임베디드 시스템, 빅데이터, 정보보안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 분야다. 직업훈련 기관들은 대졸자 수요가 늘자 이 분야 과정을 잇따라 개설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2016년 하이테크 과정을 개설한 뒤 대졸자들이 대거 몰렸다”며 “특히 인문계열 대졸자들이 졸업 후 전공을 못 살리자 새로운 전공을 찾으려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996년 대학 정원 자율화 이후 인문계열을 중심으로 정원이 대폭 확대되다 보니 30% 선이던 대학진학률이 80% 선까지 치솟고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을 양산했다”며 “청년 일자리 정책도 단기적인 숫자 늘리기보다는 대학진학률을 낮추고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의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