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출범으로 신동빈 회장 체제 안착…"신 회장 스타일 반영된 듯"

과거 수십 년 동안 롯데그룹 임원실에 걸려있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진이 얼마 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한 롯데지주 임원실에서 사라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 안팎에서는 권위주의 시절의 상징과도 같던 창업주의 사진이 지주사 임원실에서 사라진 것은 부친과 달리 탈(脫)권위적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신동빈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임원실서 사라진 신격호 사진… "탈권위 상징"
5일 롯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부터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소공동 롯데타운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한 롯데지주와 주요 비즈니스 유닛(BU),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등의 임원실에는 이전과 달리 신 총괄회장의 사진이 걸려있지 않다.

롯데 관계자는 "소공동 시절에는 모든 임원실에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의 사진이 걸려있었다"며 "잠실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최근 신동빈 회장의 2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상징과도 같던 창업주의 사진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유학파이기도 한 신 회장은 권위적 스타일이던 부친과 달리 해외출장을 다닐 때도 수행원 없이 혼자 짐가방을 들고 다니는 등 탈권위적 스타일로 널리 알려졌다.

롯데 계열사의 한 간부사원은 "최근 프랑스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귀국길에 현지 공항에서 수행원도 없이 혼자 가방을 들고 걸어가던 신 회장과 우연히 마주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운 롯데그룹의 소공동 시대에 각 임원실에 걸려있던 신 총괄회장의 사진은 창업주인 그의 권위와 지배력을 보여주는 상징물과도 같았다는 것이 롯데 안팎의 설명이다.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 내에서 신 총괄회장의 권위는 범접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예순을 넘긴 사장들도 그에게 보고하러 들어갈 때면 의표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였고, 장성한 두 아들조차 감히 부친과 겸상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권위적 스타일이기도 했다.

지금도 롯데쇼핑 등 소공동에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계열사 임원실에는 여전히 신 총괄회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치열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거쳐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뒤에도 총괄회장의 사진을 어떻게 하라는 뚜렷한 지시가 없었던 탓이다.

롯데 계열사의 한 임원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뒤에도 각 임원실에 걸린 총괄회장의 사진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명시적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니다"며 "사무실을 옮기지 않은 계열사에서는 관행처럼 사진을 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임원실서 사라진 신격호 사진… "탈권위 상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