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고 제안함에 따라 선거연령 하향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시절이던 2012년과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지난해 대선 때도 ‘선거연령 18세로 하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이에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반대하던 한국당마저 동조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선거연령 하향론의 대표적인 논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선거연령이 19세인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것이다. OECD 회원국 34개국 중 32개국은 18세부터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다. 일본은 2015년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들 국가와 다른 사정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만 18세면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대학입시나 취업준비 등에 바쁜 한국적 환경에서 숙고와 성찰이 필요한 정치적 판단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교사들의 이념적 성향이나 조언, 외부의 정치적 상황이 학생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외부의 정치 갈등과 대립이 그대로 교실로 들어와 학교를 또 다른 혼란에 빠뜨릴 우려도 없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만 19세 미만은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는 현행 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점들을 감안했다.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줘야 한다면 김 원내대표가 제안했듯, 취학연령을 낮추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선거 유불리를 계산해 서둘러 결정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책임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선거권은 국가운영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국민의 몫이 되는 게 마땅하다. 18세면 대부분 납세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나이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적 의무는 없이 ‘선거권’이라는 사탕만 주는 게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꼽히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나라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자문하기 바란다”고 한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