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소피아 '언캐니 밸리' 넘었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받았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소피아만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에 대한 논쟁이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AI) 개발자 얀 르쿤은 “(소피아가) 자신의 주장도 없고, 자신이 말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 없는 꼭두각시 인형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로봇이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착각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일부 국내 공학자도 소피아의 기술이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소피아가 휴머노이드의 장벽인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극복했는지 여부다. 언캐니 밸리는 일본 로봇 연구자인 모리 마사히로가 주창한 이론으로 로봇이 점점 더 사람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계곡에 들어가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소피아 '언캐니 밸리' 넘었나
로봇의 무표정한 얼굴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상태, 분명한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 기계적 몸동작 등은 휴머노이드를 오히려 낯설고 꺼림칙한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곡을 넘어야만 진정 인간과 친밀한 로봇이 된다는 게 모리의 이론이다.

소피아를 개발한 로봇공학자 데이비드 핸선은 언캐니 밸리를 극복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핸선은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는 인간 얼굴의 미적 감성을 표현하는 작품이므로 언캐니 밸리가 갖는 거리감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는 것은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의 얼굴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자 이시구로 히로시는 예술작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로봇에 독립적 의식을 심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얼굴을 모형화한 로봇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그는 로봇 작업으로 인간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애니메이션보다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공포감을 준다면 그것을 예술과 기술 발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가 지난달 30일 한복을 입고 한 행사장에 등장했다. 대화형 AI도 갖춰 능숙한 영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소피아보다 오준호 KAIST 교수가 개발한 아인슈타인 얼굴을 한 휴보가 더욱 마음에 끌린다. 미인이고 똑똑한 것보다 어수룩한 아인슈타인에서 오히려 언캐니 밸리가 사라진다. 인간은 불완전한 로봇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