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전시산업 국제화를 위해 10여 년간 시행해온 해외특별전 지원을 전면 중단하면서 정책 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중소기업의 새 판로 개척이란 명분 아래 해외 주최자가 여는 행사에는 매년 200억원 이상 지원하면서 국내 전시 주최자가 해외에서 여는 행사에는 거의 지원하지 않고 있어서다.

산업부와 KOTRA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와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120개 해외 전시회에 한국관을 구성하며 220여억원의 예산을 썼다. 하지만 국내 전시 주최자가 해외에서 여는 특별전에는 전체의 5% 미만인 10억원만 지원했다. 킨텍스가 태국 방콕에서 연 ‘K뷰티 엑스포’, 벡스코의 베트남 하노이 ‘환경·에너지산업전’,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미국 뉴욕에서 연 ‘프리뷰 인 뉴욕’ 등 3개 행사에 3억~4억원씩 지원한 게 고작이다. 그나마 올해 이들 행사에는 단 한 푼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는다. “낮은 성과 때문”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K뷰티 엑스포는 1048억원의 상담 실적과 20억원의 현장 계약 성과를 올렸다. 쇼디시백화점과 킹파워면세점 등 행사가 끝나고 입점이 확정된 건을 포함하면 실질 계약액은 283억원에 이른다. 참가 기업 중 82%가 재참가를 희망할 만큼 만족도 역시 높았다. 해외특별전 사업은 단체 참가 지원과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해 지원에서 배제된 해외특별전 주최자들은 기업 부담을 늘리거나 아예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열 킨텍스 사장은 “정부가 국내 주최자가 공들여 키워 온 해외특별전은 뒷전으로 미루고 해외 주최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전시장 임대, 홍보 등을 감안할 때 지속할지 여부를 조만간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시산업의 국제화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도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했다. 왜 우리는 CES와 MWC 같은 전시회가 없을까 고민만 되풀이할 게 아니다. 이 순간에도 리드 익스비션과 메세 프랑크푸르트, 유비엠 등 글로벌 전시주최자는 활동 무대를 중국, 동남아시아로 발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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