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5개 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KEB하나 등 시중은행 2곳과 대구·부산·광주 등 지방은행 3곳이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금감원이 보고 있어 파장이 일 전망이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이 의혹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 '채용 비리' 5개 은행 검찰 고발
◆국민은행 “언급할 게 없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1일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잠정 결과 및 향후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문서에 은행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라고 구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채용 비리' 5개 은행 검찰 고발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이 사외이사와 관련 있는 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있다. 이 지원자가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는데도 전형 공고에도 없는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과했으며 임원 면접 점수도 조정됐다는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계열사인 하나카드의 사장 지인 자녀도 임원 면접 점수가 불합격권(4.2점)이었지만 점수를 4.6점으로 임의 조정해 합격시켰다고 금감원은 파악했다. 하나은행이 또 같은 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미국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리는 비리를 저질렀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2015년 채용 청탁으로 3건의 특혜채용을 했다고 지적했다.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을 한 최고경영진의 친척은 2차 면접에서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줘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보고서에 명시된 최고경영진은 윤종규 회장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채용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며 “향후 검찰조사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사실과 다르다”

국민은행과 달리 KEB하나은행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정황만 갖고 채용 비리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KEB하나은행의 시각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의혹을 제기한 사외이사 연관자는 애초에 없다”며 “거래기업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합격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또 “글로벌 인재는 해외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했다”며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KEB하나은행이 입점한 대학 및 주요 거래대학 출신은 내부 규정상 채용에서 우대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감원 검사가 KEB하나은행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금융계는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밝힌 올해 업무계획에서 2008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채용비리가 드러난 금융회사 CEO에 대해선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금융회사의 CEO들이 ‘친(親)경영진’ 성향의 사외이사를 뽑아 연임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금감원 임원들은 최근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 지배구조 검사가 끝날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잠시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