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극대화보다 공익성 강화에 집중하겠습니다. 승마 대중화에 적극 나서 말산업도 육성하겠습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61·사진)은 31일 서울 광화문 부근 한식당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마사회는 공기업의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고, 여론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며 “2018년은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마중물의 해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제36대 한국마사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전 국민이 즐겁게 찾는 렛츠런파크 조성, 다가가기 쉬운 승마 문화 등 국민마사회로 재탄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날 신뢰 회복과 함께 가장 강조한 것은 승마 대중화다. 그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오면서 국내 승마 인구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승용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승마 경비가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마사회는 앞으로 승용마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보급을 확대해 승마 경비 줄이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 회장은 “승용마를 생산해 키우는 데 4~5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공급 측면에서 이미 늦은 감이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장기계획을 마련해 승마 대중화를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으로 보는 경마와 달리 체험형 스포츠인 승마는 마사회와 국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연결고리가 되리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경마를 통한 이윤 확대는 홍콩, 마카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윤 늘리기에 급급하면 부작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이윤 감소 폭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분석했다. 마사회에서 ‘사행산업의 메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말산업 육성의 핵심 기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말산업 육성에 과감하게 투자할 방침”이라며 “좋은 승용 씨수마를 수입해 여러 축산 농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승마 활성화를 위한 관광산업 연계방안도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렛츠런파크의 여가·휴식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경마 경주가 없는 월~목요일에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해외 관광객이 과천 렛츠런파크를 방문해 말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사회공헌 사업도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사회가 매년 사회공헌 사업에 3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지만 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병원 건립과 같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충남 출신으로 천안농고와 서경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영구아트무비 대표를 거쳤고, 서울시의회 4~5대 의원과 열린우리당 17대 국회의원(서울 양천구을)을 지냈다.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문화예술관광학과 초빙교수로도 1년간 재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