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크로닉 <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
이런 비판들은 모두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는 70년 이상 국제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해왔다. 세계가 ‘제2의 핵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핵이 더 큰 위협
뉴스를 보면 북한이 가장 큰 핵 위협국이지만, 러시아가 훨씬 큰 전략적 도전을 제기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공세적으로 변해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개입하면서 러시아의 전략은 핵무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 만약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전쟁을 일으킨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분쟁을 끝내기 위해 조기에 제한적 핵 공격 명령을 내릴 것이다. 러시아는 이 전략을 수천 개의 전술핵무기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들은 핵 어뢰나 폭뢰 같은 비밀 병기를 갖고 있으며,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위반하는 지상발사순항미사일도 만들고 있다.
한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침공한다. 미국은 NATO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나서지만 러시아는 발틱해의 미 항공모함 전단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수천 명을 죽인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이 전략은 헨리 키신저가 수십 년 전 말한 ‘자살과 항복’처럼 선택의 강요를 의미한다. 적절한 전술핵무기가 없는 미국은 전면적 핵 맞대결과 대학살을 무릅쓰고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로 보복할 수 있다. 아니면 미국은 전쟁에서 지고 안전보장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면서 물러설 수도 있다.
‘자살 또는 항복’이란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미국이 제한적 핵 공격에 맞서 자신의 전략을 갖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를 한두 번 사용하는 게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 한두 개는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요점은 제한된 핵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 길을 걷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핵순항미사일·SLBM 필요
미국은 안타깝게도 이 전략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전술핵무기가 부족하다.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냉전이 끝날 무렵 무기 대부분을 해체했다. 중력투하식 폭탄 몇 백 개가 있지만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을 가능성이 희박한 비행기로 수송해야만 한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핵순항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다른 대안이다. 이것이 바로 핵태세검토보고서 초안이 요구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비슷한 능력 또는 그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구축돼도 군비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잠수함탑재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이 핵무기를 완전 폐기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공격적인 핵무장 적국들로 가득한 이상 미국은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 글은 매튜 크로닉 미 조지타운대 교수가 ‘The Case for Tactical US Nukes’ 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 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