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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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은행·증권사 복합 점포인 서울 삼성동 클럽원(club1)금융센터는 강남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장외주식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가 예상 밖의 ‘뜨거운 반응’에 깜짝 놀랐다. 사무용 기기 도매 및 임대업체 비에스렌탈의 주식 투자금을 최소 1억원으로 제시했는데 1주일도 안 돼 72억원이 몰렸다.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클럽원본부장은 “우량 장외주를 소개해달라는 ‘큰손’ 투자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유모씨(42)는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을 통해 장외 바이오업체인 비보존 주식 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는 비보존이 개발 중인 진통제의 미국 임상시험 통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회사 주가는 유씨가 매입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1만5000원대에서 2만8000원까지 뛰었다. 장외주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상장 가능성이 큰 장외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장만 되면 수익률 대박"… 장외주식에 베팅하는 강남 큰손들
◆상장 앞둔 우량 장외주 인기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을 앞둔 우량 장외주에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매트리스 제조업체 지누스와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전자상거래기업 카페24의 이달 누적 거래대금은 각각 189억원, 188억원에 달한다. 윤정운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역삼지점 부장은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뚜렷한 호재가 없어도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게임 기업 주식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비상장사는 시가총액(상장 후 1000억원 이상 예상)이나 자기자본(250억원), 세전이익(연간 50억원)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나스닥처럼 상장 진입 요건을 수익성에서 성장성 중심으로 바꿔 혁신기업의 기업공개(IPO)를 활성화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크다고 생각해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정부가 여러 차례 코스닥 육성과 벤처기업 활성화 방침을 밝히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외주 공모펀드에도 돈 몰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코넥스시장(중소·벤처기업 전용)에서 직접 장외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K-OTC의 이달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0억원(26일 기준)으로 지난해 1월(6억원)의 다섯 배로 급증했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K-OTC 등록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며 “119개사인 K-OTC 등록 기업이 연말까지 200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 상장 전(前) 단계인 코넥스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코넥스시장 거래 대금은 IPO 시장 침체에 따라 2016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3분기 하루평균 13억원대에 머물던 거래 대금은 이달 들어 평균 115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넥스시장 ‘대장주’인 바이오업체 툴젠의 시가총액은 8392억원(26일 기준)으로 2014년 6월 코넥스시장 상장 이후 60배가량 급증했다.

장외주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윤 부장은 “주식을 직접 매입하기 부담스러운 일부 투자자는 장외주 공모펀드에 가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