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조세분야 등 검찰 칼날 대기업으로 향하고
근로시간 단축·통상임금 등 노동 관련 쟁점 법원 결정 앞둬
재벌개혁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주요 로펌들 자문서비스도 강화
김앤장, 롯데 ‘경영비리’ 의혹 대리
대형 로펌들은 기업 관련 대형 사건을 여러 건 나눠 맡고 있다. 김앤장이 다루고 있는 사건으로는 2016년 시작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횡령 배임 등 경영비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앤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내 실력을 입증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0년, 벌금 1000억원에 비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논란이 된 롯데피에스넷과 관련한 471억원대 배임 혐의는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이끌어냈다.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가 큰 역할을 했다. 백 변호사는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낸 판사 출신이다.
태평양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리하고 있다. 지난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다음달 5일 2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경제사범에 대해 엄격해지면서 기업들이 로펌에 거액의 수임료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공사 비리사건을 돕고 있다. 조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자택 공사 대금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두 차례 해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모두 기각했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사건은 율촌의 박은재 변호사(24기)가 맡았다. 검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등을 지냈다.
세종은 지난해 백복인 KT&G 사장 뇌물 수수 의혹사건을 맡아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였다. 형사사건부터 조세 소송까지
바른도 여러 건의 기업 송사를 맡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의혹사건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대리하고 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바른의 박재필 변호사(16기)는 무죄를 받아냈다. 박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바른은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인 이장석 서울히어로즈 대표 재판도 돕고 있다. 이 대표는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받고 약속한 지분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SK건설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소송, KT스카이라이프 관련 손해배상금 소송 등 기업 법적 대리를 맡고 있다.
화우는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에서 패티(다진 고기)를 납품한 맥키코리아를 변호 중이다. 화우의 검찰팀과 헬스케어팀 변호사 10여 명이 돕고 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장 출신인 이건종 변호사(15기)가 총괄하고 있다. 화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도 변호했다.
광장은 동부하이텍의 조세 소송을 돕고 있다. 이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부과된 세금 770억원이 잘못됐다며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다. 2심까지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세 전문인 박영욱 변호사(31기) 등이 맡고 있다.
검찰이 올 들어 기업 범죄 수사를 확대하면서 로펌을 찾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달 초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것이 검찰의 기본 사명”이라며 “부패범죄, ‘갑질·담합’ 등 불공정 행위, 금융 기업 범죄 등을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산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계 쟁점들도 법원 결정을 앞두고 있어 로펌들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로펌 관계자는 “대통령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개혁을 강조하는 등 정부의 기업 옥죄기 분위기가 강해지면 로펌 일감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