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인천공항 불법주차
CCTV 찍히지 않으려 편법
트렁크 속 물건 그대로 노출… "귀중품 넣었다면 어떡하라고"
합법 주차대행 C&S 한 곳뿐
사설 대행 업체는 모두 불법… 사고·도난 당해도 보상 어려워
이들 업체는 주·정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꼼수’를 사용했다. 주·정차 단속은 카메라가 설치된 단속 차량이 촬영한 증거물에 기초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차량 번호판이 찍히지 않도록 트렁크를 열거나 물건으로 가려두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피해를 보는 건 차량을 맡긴 사람들이다. 사설 주차대행업체를 이용한 한 시민은 “트렁크가 열린 상태로 차가 보관되는지 몰랐다”며 “트렁크에 귀중품이라도 놓고 간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피해 보상은 ‘나 몰라라’
인천공항에서 합법적으로 주차대행을 하는 업체는 C&S자산관리 한 곳뿐이다. 불법 주차대행업체는 4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인천공항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인천국제공항의 불법 주차대행 적발 건수는 5만229건에 달했다.
불법 업체에 주차대행을 맡겼을 때 업체가 고객 차량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고객한테 과속·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부과되는 피해 사례가 많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사설 주차대행업체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허위로 홍보하거나 도로나 해안가 등에 무단으로 주차해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불법 주차가 성행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불법 주차대행업체 관계자는 “10일간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 인천공항 단기주차장에 주차하면 24만원, 장기주차장에 주차하면 9만원을 내야 하지만 우리는 5만원에 주차대행 서비스까지 해준다”고 선전했다.
◆현장 적발해도 경찰 신고 어려워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김포공항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 혐의로 주차대행업체 대표 안모씨(42) 등 다섯 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고 장애인주차구역을 무단 침범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폭력 등 강력사건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단속이 쉽지 않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불법 주차대행업체를 신고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적발해도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강제로 요구할 권한이 없어 경찰 신고로 이어지지 못한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찰과 협조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항시설법 개정으로 경찰도 과태료 부과 권한이 생겨 올해 중반쯤 인천국제공항경찰대와 합동으로 사설 주차대행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