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경인기계의 냉각탑. 경인기계 제공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경인기계의 냉각탑. 경인기계 제공
인천 중구에 있는 경인기계(대표 구제병)는 3대를 잇는 냉각탑 전문기업이다. 1960년 구제병 대표(73)의 선친(구장우·1970년 작고)이 서울 남대문 근처에 세운 냉방장치 제조기업 한국이연이 모태다. 경인기계가 지난 58년 동안 냉방·냉각탑 사업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다. 구 대표는 17일 “냉각탑을 설치하기 전 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시설을 지난달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완공했다”고 말했다.

경인기계의 구제병 대표(오른쪽)와 장남 구태형 부사장.
경인기계의 구제병 대표(오른쪽)와 장남 구태형 부사장.
이 시험시설은 최대 2000RT급 이상의 냉각탑 점검이 가능하다. 한국에는 최대 500RT급 냉각탑을 시험할 수 있는 시설밖에 없었다. RT는 냉동용량 단위다. 시험시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자동설비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실시간 냉각탑 상황 확인과 자동 동파 방지, 원격제어 작동 기능을 갖췄다. 2년 동안 20억원을 투자했다.

냉각탑은 건물 내부 열을 공기와 접촉시켜 저온수로 냉각하는 장치다. 상업용 건물이나 대형마트 등에 설치된다. 주로 옥상에 원형 형태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서울지방조달청은 지난해 7월 이 회사의 백연저감형 공조용 냉각탑을 ‘2017년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했다. 백연저감 냉각탑은 외부에서 수증기가 잘 보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백연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지만 매연으로 오인할 수 있어 각종 민원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구 대표는 “사계절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백연저감 운전이 가능한 전천후 냉각탑”이라고 소개했다.

경인기계는 소규모 공조용 냉각탑부터 대형 사업용까지 냉각탑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85년 세계 최고 냉각탑 회사인 미국 말리사와 제휴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1994년 원형 냉각탑의 틀을 깨는 사각 직교류 방식의 제품, 2001년 하이브리드형 냉각탑, 2005년 밀폐형 냉각탑, 2008년 친환경 냉각탑 등을 선보이며 국내 냉각탑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2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 회장은 “냉각탑 시장은 성능과 효율도 중요하지만 경량화, 친환경, 무소음, 디자인 등이 더 중요하다”며 “4차 산업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접목해 지능형 냉각탑 시장을 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부터 첫째아들 구태형 부사장(41)과 부자경영을 하고 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