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증설은 시기상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 18만 리터(L)급 4공장 건립 계획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밝혔다. 2020년 본격 가동되는 3공장 수주를 완료하고 바이오의약품 시장 수요를 분석한 뒤 증설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지어질 4공장은 3공장의 복사판이 될 것"이라며 "2019년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는데 그 결과를 지켜본 후 4공장 신설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4공장 증설론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당장은 증설이 어렵고 구체적인 시기를 얘기하기 어렵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면서 "4공장 건립 시기는 3공장 수주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4공장 증설을 전제로 언급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 바이오젠, 제넨텍 등이 알츠하이머의 원인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막는 항체 후보물질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만약 항체 치료제 개발이 성공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업체(CMO)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막는 기전의 치료제를 개발하던 일라이 릴리, 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임상에 실패했고 지난 6일에는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가 치매 치료제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한 뒤 시장 수요를 파악할 계획이다. 당분간 증설보다는 3공장 물량 수주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4공장 규모도 18만 리터(L)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3공장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천 송도에 11월 18만 리터(L) 규모의 3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청(EMA)의 심사를 진행 중이며 허가를 받은 뒤 2020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3공장이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3만L)와 2공장(15만2000L)까지 더해 총 36만2000 리터(L)의 생산 능력을 갖춰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곳의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6개의 의약품을 수주했고 현재까지 총 10개 회사로부터 총 15개 제품을 수주, 누적 규모는 총 33억 달러에 달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