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강세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 핵위협, 중동정세 불안, 전쟁 가능성 등의 ‘변수’가 올해 유가를 배럴당 80달러로 밀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배럴당 70달러 넘봐… 미국 씨티그룹 "연내 80달러까지 간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월물 선물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0.61달러 상승한 63.57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2월 63.53달러를 나타낸 이후 최고치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은 0.38달러 오른 배럴당 69.20달러까지 치솟았다. 두바이유도 전일 대비 0.20달러 오른 배럴당 66.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새해 첫주 미국 원유 재고량 감소 소식과 달러화 약세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8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기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감산과 맞물리면서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상 파기 △이란 혁명수비대와 레바논 헤즈볼라가 소유한 원유 생산시설에 대한 경제 제재 △북한 제재 등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와일드카드’가 될 것으로 봤다. 이란 제재가 재개된다면 유가는 즉각 5달러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계론도 남아 있다. 제프 큐리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부문 대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가면 OPEC이 유가 하락을 유인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고 미국 셰일업계가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데 OPEC이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 당초 연말까지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OPEC과 비OPEC 산유국의 감산 합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오는 6월 회의에서 감산 규모를 줄인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로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