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법안 입법 추진 발언이 나오자 가상화폐 가격과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전날국세청의 주요 관련 업체 세무조사와 경찰의 코인원 도박죄 입건 등에 이은 법무부의 강력한 규제방안 발표에 가상화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시세 하락으로 손해를 본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로 몰려가는 등 크게 반발했다.

가상화폐 ‘패닉’… 관련기업 주가도 폭락
11일 가상화폐거래소 업체 빗썸에선 오전 11시 코인당 2100만원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4시간 만에 1751만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 역시 이더당 192만원에서 165만원으로 떨어지는 등 거래중인 12종류의 모든 가상화폐 가격이 하루 전보다 20~30% 하락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리플은 1주일 전 4700원에서 이날 오후 2001원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났다. 이날 오전 가상화폐를 매도하려는 거래자들이 빗썸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 업체로 몰려들어 접속이 폭주하면서 홈페이지 접속과 매매 계약이 지연되는 등 서버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해외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을 제외한 해외 평균 비트코인 시세도 오전 9시(한국시간) 1만4968달러에서 오후 2시께 1만3100달러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국내시세가 더욱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가상화폐가 비싸게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50% 내외에서 절반 이하인 15~30%로 줄어들었다.

가상화폐를 겨냥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관련 종목 주가도 폭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 비덴트는 이날 하한가에 가까운 7700원(29.96%) 떨어진 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빗썸 운영회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역시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을 보유 중인 옴니텔 주가도 오후 1시께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는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가상화폐거래소 폐지에 반대한다는 뜻의 청원이 수백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퇴직금을 투자한 사람도 있는데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국민의 재산을 하루아침에 반토막 내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상화폐 규제에 불만을 품고 법무부 장관과 금융감독원장 등의 해임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내용을 담은 일부 청원에 2만3000명 넘게 동참하기도 했다.

이현일/은정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