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기소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이던 정식재판 회부 비율이 80%대로 급등했다. 반면 법원의 실형선고 비율은 10% 선에서 요지부동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경찰 폭행 등 이른바 ‘공권력 경시 풍조’의 주범이 사법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 "공권력 무시 풍조는 처벌 관대한 사법부 탓"
◆공무집행방해 엄격 처벌 나선 검찰

8일 대검찰청의 ‘공무집행방해죄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공무집행방해죄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한 비율(구공판 기소율)은 최근 몇 년 새 급등했다. 2013년 16.7%이던 재판회부 비율은 지난해 83.8%로 치솟았다. 구속 기소자도 같은 기간 261명에서 지난해 470명으로 늘었다.

반면 재판 출석 없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벌금형 등을 내리는 약식 기소 비율은 2013년 74.5%에서 3.3%로 극적으로 낮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2014년부터 정복 착용 경찰관을 폭행할 경우 전과가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는 등 공무집행방해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면서 해당 범죄에 엄격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부실 대응으로 공권력 도전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경찰의 이 같은 공권력 방해사범 단죄 노력은 사법부에서 좌절되고 있다.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법적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여전히 10% 선을 오르내릴 정도로 낮다. 2016년 ‘공무집행 방해’ 1심 판결 1만743명 중 징역형(실형)은 1212명(11.2%)에 그쳤다. 2013년(11.9%)과 별 차이 없는 결과다.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가 5607명(52.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벌금 등 재산형이 3512명(32.6%)으로 뒤를 이었다.

◆사법부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진 탓에 검찰이 발 벗고 나섰음에도 공무집행방해사범은 별로 줄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해당 범죄 건수는 9965건으로 2013년(1만453건)과 큰 차이가 없다. 매일 27번 이상의 폭언과 폭행이 공무 중인 공무원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여주시에서 지인을 폭행한 뒤 달아나던 화물차 운전자가 검문 중인 경찰을 들이받는 사고도 발생했다. 차에 치인 경찰은 대퇴부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찰과 사법부의 불협화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검찰이 구공판 기소율을 다섯 배 이상 높였는데도 사법부의 실형률이 저조한 것이 공권력 도전 범죄가 줄지 않은 주요 요인”이라며 사법부의 안이한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재범률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검거 인원 중 전과자 비중은 1996년 50.8%에서 2016년 80.4%로 급증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0~2015년 경찰이 공무 집행 중 공상으로 인정된 사례는 3240건에 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무집행방해죄의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경찰 폭행 초범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상습범일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내릴 수 있다. 영국에서도 경찰관을 폭행하면 상해 정도에 따라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