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사진)는 7일(현지시간) “북·미 대화를 하려면 북한이 먼저 핵 실험을 중단하고, 핵 폐기를 논의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핵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완전한 핵폐기가 대화의 출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핵 폐기 약속’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다소 완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헤일리 대사는 기존 견해와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미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북한과 대화할 때가 올 수 있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과 당장 통화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국의 대북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미국이 (대북)압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대화를 하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이 선행돼야 하며, 핵무기 폐기를 논의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헤일리 대사는 또 ‘북한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책상 위에 핵 버튼을 가지고 있고 미국을 파괴할 수 있다고 과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북한을 파괴할 수 있으니 매우 주의하라고 북한에 상기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핵 버튼 트윗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항상 김정은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며 “김정은이 핵전쟁을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실체를 깨닫지 못할 만큼 너무 거만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헤일리 대사는 남북 고위급 대화 전망과 관련해 “두 나라가 원하면 대화할 수 있고 두 나라는 잘 지내야 한다”며 “적어도 대화로 복귀하기 시작하는 것은 미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엔 올림픽에 대해 대화할 것으로 생각하며 대화가 그 이상으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나와 “남북 고위급 회담이 김정은 전략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