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된 지 이틀째인 4일 북한은 우리 측이 지난 2일 제안한 고위급 회담 개최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고위급 회담 제의 이후 하루 만에 판문점 연락채널을 복원하면서도 정작 고위급 회담 제의에는 사흘째 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30분(북한시간 9시)께 전화를 걸어왔지만 회담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우리 측이 ‘알려줄 내용이 있느냐’고 묻자 북측은 ‘없다.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언급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마감 통화에서도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측이 오후 4시께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했고, 오후 4시30분께 ‘오늘 업무를 마감하자’고 해 오늘 업무는 종료됐다”고 밝혔다.

남북은 개시 통화 시점을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우리 측 연락관이 이날 오전 9시께 북측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북측으로부터 오전 9시30분께 전화가 걸려왔다. 이는 북한이 2015년 8월15일부터 기존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사용하면서 남북 간 30분의 시차 때문에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시 통화는 북측에, 마감 통화는 우리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북 회담 재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만큼 북측도 곧 화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회담 형식 등과 관련해선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와 성격 등은 모두 열어놓은 상황”이라며 “어떤 형식의 회담이 열릴지는 북측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회담 형식, 시기 등과 관련해 북한의 추가 요구를 폭넓게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경우 북측에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수석대표가 된다면 우리 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우리 측에서 북한 선수단에 크루즈 선박을 제공하겠다는 등의 얘기가 벌써 나오는데 북한은 올림픽 참가를 대가로 우리 정부로부터 추가로 무엇을 얻어낼지 찾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 정부의 조급증을 최대한 자극해 파이를 키운 뒤 더 큰 요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