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장공모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무자격’ 교장을 대량 양산한다는 비판과 기존의 ‘제왕적’ 교장 제도를 바꿔야 학교 혁신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 세력 다툼 양상으로 번지면서 학교가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면전 치닫는 전교조와 교총

한국교총은 2일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철회 촉구를 위한 집회’를 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교육부가 이번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은 약 50만 명의 교원 중 20만 명가량이 가입한 최대 교원 단체다.
교총 "교단 근간 흔들어" vs 전교조 "학교가 교장 소왕국"
이들은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경력 15년 이상)가 곧바로 교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전면 확대하는 것은 교단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철 대변인은 “신청 학교 중 15%만 가능하도록 했던 데엔 급격한 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특정노조가 공모 교장을 독식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확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교사들이 직접 교장을 뽑겠다는 얘기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학교는 학교장, 교사, 직원,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주체가 협의해 운영돼야 한다”며 “승진점수로 교육감이 임명하는 기존 제도는 학교를 교장 독재의 소왕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호흡조절 필요하다” 지적 많아

교육계에선 이번 조치로 학교가 갈등에 휩싸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원 단체 간 대결 조짐이 뚜렷해서다. 전교조만 해도 그간 조직원의 이탈로 규모가 5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세력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최근 교육부의 주요 정책 중 전교조의 입김이 반영된 게 한둘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한 게 대표적 사례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조기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에 나가는 것에 대해 전교조는 ‘취업률로 특성화고를 줄세운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는 전교조 약진의 ‘화룡점정’이라는 게 교총이 느끼는 위기감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교장 자격 미소지자 공모교장(2012~2016년 임명) 53명 중 전교조 출신이 37명이고, 전교조로 추정되는 인물도 5명에 달한다. 81%가 전교조와 관련돼 있다는 얘기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장공모제 확대 논란은 한국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정도의 ‘메가톤급’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장 직선제만 해도 핀란드 등 교육자치 전통이 강한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육대 총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부적격 교장이 임용되지 않도록 자정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기존 승진제도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면 혼란이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백범 성남고 교장은 “교장 자격증을 받은 이들의 ‘풀’을 넓히는 등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