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실제 지급할 '이혼합의금' 400억∼450억 유로 합의
아일랜드 국경의 '하드 보더' 피하기로…세부 통관규정은 통상협정 타결 뒤
영국 거주 EU 시민 권리에 관한 재판서 ECJ 관할권은 8년간 인정
브렉시트협상 1단계 타결 쟁점들… 이혼합의금·국경·ECJ 관할권
탈퇴조건들을 의제로 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이 "충분한 진전"을 거둬 영-EU 통상협정 등 2단계 미래관계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1단계 협상은 이른바 '이혼합의금'인 EU 분담금 정산,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의 국경 통관, 상대측에 거주하는 시민의 권리 보호 등 세 가지 쟁점을 놓고 진행됐다.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은 오는 14~15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 다가가면서 영국 측이 양보안들을 내놓아 돌파구를 찾았다.

다만 북아일랜드 국경 통관은 2단계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큰 틀에서 원칙적 합의만 하고 세부내용은 열어둔 셈이다.

◇이혼합의금
최대 쟁점인 EU 분담금 정산 쟁점은 영국이 정산해야 할 부채를 약 1천억 유로로 정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농업보조금 및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한 영국의 사전 약정금액 756억 유로, EU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포함한 장기부채액 108억 유로, 우발채무액 115억 유로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영국의 대(對)EU 자산과 EU의 영국 내 지출액 등을 제외하고 영국이 실제 지급할 순정산액은 400억(52조원)~450억 유로(65조원)로 추정됐다.

영국은 이 돈을 수년에 걸쳐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엔 실제 들어간 비용을 정산하는 개념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 양측이 최종 합의한 금액은 '공란'이다.

EU 측은 최대한 많은 금액으로, 영국 측은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홍보'할 방안을 찾고 있다.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서 2014~2020년 EU 장기예산계획에 서명했고, EU를 떠나더라도 회원국 시절 했던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영국이 지난 2015년 실제 지급한 EU 분담금은 129억파운드다.

하지만 어민들이 받는 보조금을 포함해 44억파운드(약 7조5천500억원)를 돌려받았다.

순 분담금은 100억파운드를 조금 밑돈다는 계산이다.

영국이 오는 2019년 3월 EU를 공식 떠나더라도 2년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과 똑같은 '이행 기간'을 두는 방안을 EU 측에 제안했다.

대신 그 대가로 EU 예산분담, EU 시민 이동의 자유, EU 법규 유지 등 EU 측의 요구조건들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EU를 탈퇴한 뒤에도 2년간 더 EU 예산을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처리
아일랜드 섬의 남북을 차지하는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의 국경에 "새로운 규제 장벽을 설치하지 않을 것"을 영국이 확약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

국경 통제를 뜻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기로 확약한 것이다.

또 영국 중앙정부는 "북아일랜드 기업들에 영국 전체 시장에 대한 지금같은 자유로운 접근을 계속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양측 모두 '하드 보더' 부활을 거부하고 있는 점은 같지만, 양측이 원하는 그림이 정반대여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섬의 통관 '규제 일치'(regulatory alignment)를 요구해왔다.

북아일랜드에 사실상 관세동맹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반면 북아일랜드 제1당인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도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 등 영국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떠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동시에 아일랜드와 교역도 지금처럼 자유로운 수준이 유지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일단 영국,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 등은 영-EU 통상협정이 정해지면 이번에 합의한 원칙들 아래서 세부방안을 찾기로 각자의 요구조건들을 봉합했다.

사람들은 통행과 관련해선 이미 자유통행구역을 유지하기로 합의된 만큼 쟁점은 물품 통관이었다.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영국민에게는 EU 시민권을 주기로 해 아일랜드와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했다.

이처럼 국경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아일랜드 섬의 독특한 역사 때문이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뒤 국제적인 압력에 밀려 북아일랜드 지방을 뺀 아일랜드를 분리 독립시켰다.

그러나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다.

1969년 이후 계속된 신·구교간 충돌로 3천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내 7개 신-구교 정파가 5년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1998년 4월 벨파스트 협정을 타결하고 평화 체제로 이행했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은 EU의 외부국경이 되는 탓에 문제가 된다.

499km에 걸친 이 국경을 따라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300곳이 넘는다.

아무런 물리적 국경이 없는 '열린 국경'이어서 하루 약 3만9천명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상품 이동도 자유롭다.
브렉시트협상 1단계 타결 쟁점들… 이혼합의금·국경·ECJ 관할권
◇상대측 거주 시민의 권리 보호
현재 영국에는 320만명으로 추정되는 EU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반대로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에는 영국인 1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이들의 거주·노동보호 권리가 문제가 된다.

EU는 사람 이동의 자유, 노동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영국은 EU에서 탈퇴하면 사람이동의 자유, 노동 이동의 자유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영국은 EU를 탈퇴하는 시점 이전에 들어온 EU 시민들의 권리는 그대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들의 권리와 관련해 영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대해 EU 최고법원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개입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U 측은 최종적인 사법 결정권은 ECJ에 있다고 주장한 반면 영국 측은 영국 법원에 있다고 맞서왔다.

양측은 ECJ가 8년 동안에 한해 관할권을 갖는 것을 조건으로 타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