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진택 포스텍 교수 "미세먼지따라 색 바뀌는 서울타워가 가치 디자인"
‘한국도 어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잡스가 2007년 ‘세기의 발명품’인 아이폰3G를 처음 내놓은 이후 한국 산업·학계·교육계에서 부르짖고 있는 말이다. 잡스는 최첨단 기술에 인문학적 가치를 부여해 인간 친화적인 기기를 만들어 세상을 바꿨다. 이후 ‘자동차, 컴퓨터만 잘 만들어 팔아선 승산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번졌다. 한국에도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사람들이 인문학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진택 포스텍 교수 "미세먼지따라 색 바뀌는 서울타워가 가치 디자인"
가치를 디자인하라(한국경제신문)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 결합한 융합 콘텐츠가 사회 각 분야에서 특출난 시너지를 낸 사례 40여 개를 모은 책이다. 저자인 김진택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사진)는 “쉽게 말해 ‘가치 디자인’이란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문학이 각종 책이나 강연에서 소모적으로 소비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관념적인 논쟁이 아니라, 성찰하고 실천하는 힘입니다. 철학적인 논쟁은 접어두고 인문학과 첨단 기술의 힘을 이용해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보자는 거죠.”

융합 콘텐츠, 가치 디자인…. 생소한 용어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면 신선하면서도 간단하다. 사용자가 걸은 거리만큼 기부금을 내주는 사회적 기업 빅워크,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몸체가 붉은색, 적은 날엔 파란색으로 변하는 서울타워 등이 바로 그 예다.

김 교수는 가장 혁신적인 융합 콘텐츠의 사례로 스위스의 아이스하키 경기장 관람객을 획기적으로 늘린 ‘링크 빙고’ 사례를 들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선수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는 지점을 40개로 나눠 센서를 설치했다. 예컨대 1번 섹터에서 보디체크가 일어나면 전광판에 숫자 1이 뜬다. 빙고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빙고를 외치는 관중에게는 다양한 음료나 스낵, 기념품 할인 쿠폰을 나눠줬다.

2007년 독일 브륄의 테라스 공원에 설치된 ‘터치드 에코’도 융합 콘텐츠의 훌륭한 사례다. 가드레일 위에 설치된 표지판이 있는 곳에 팔꿈치를 대고 귀를 막으면 골진동 음향재생 시스템(뼈를 진동시켜 청각 대신 촉각으로 소리를 받아들이게 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한 굉음이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는다.

“흔히 과거의 유산을 얘기하기 위해선 박물관부터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청각적 경험이 인간에겐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어떻게 키워내야 할까.

“산업사회에선 한 사람이 특정 분야 지식만 습득하고 재생산해 사회에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각 맞춘 책상에 학생들을 앉히는 대신 책상을 넘나드는 교육, 협업에 대한 역량을 갖추는 교육이 필요해요.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간 그들을 다시 일렬로 줄세우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절실합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