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명을 넘던 국내 조선업 근로자 수가 10만 명 선을 위협받고 있다는 보도다(한경 11월22일자 A5면 참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조선업 종사자는 13만840명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2014년 말(20만4635명)에 비해 36.1% 감소했다. 일감이 급감하고 있어 업황 개선이 예상보다 더딜 경우 근로자 수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세계 해운경기 침체가 근본 원인이긴 하지만 국내 조선산업의 상황은 심각하다. 3년 새 약 20조원의 공적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조선 경쟁력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임금을 삭감하고, 일부 직종을 중심으로 순환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 등 중견·중소 조선사들은 운영자금 부족이나 자본잠식으로 생사기로에 놓여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인식하면서도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서 구조조정에 미온적이고, 채권단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부실기업 처리를 미루고 있다.

부실기업 정리를 제때 하지 않으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온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들은 구조조정 지연으로 최악의 경우 일자리를 잃을 처지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은 조선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외부감사 대상법인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14.7%에 달한다.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 경쟁에서 도태된 기업들이 널려 있다. 정책자금 등에 연명하는 이들 기업은 산업의 효율을 떨어뜨려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와 채권단은 하루빨리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경제 논리에 따라 정리할 기업은 정리하고, 살릴 기업은 제대로 살려야 한다. 지원을 하더라도 회생 가능성과 기업 자구노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만이 산업을 살리고 국가 경제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