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대변혁…4~5년간 제대로 대처 못하면 위기 재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환위기 20년…다시 커지는 경고음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특별대담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특별대담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한국 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더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4~5년 동안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또다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DVERTISEMENT
그는 “지금은 인구 고령화, 낮은 자본 생산성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이미 보유한 잠재력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해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개발 등의 노력과 함께 위기가 닥쳐도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복원력을 갖기 위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담은 20년 전인 1997년 11월21일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을 맞아 경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아 위기 극복을 이끈 대표적인 경제 관료다.
ADVERTISEMENT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와 틀을 갖추지 않으면 4~5년 동안 힘들여 구조조정을 해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기업들이 고도 성장 신화에 사로잡혀 과도하게 부채를 차입해 중복 과잉 투자한 것이 한국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한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ADVERTISEMENT
냄비 속의 개구리 벗어나야
이 전 장관은 현재의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 국가들은 제각각 경제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느냐, ‘냄비 밖의 개구리가 되느냐’의 문제는 경제 문제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이 전 장관은 거시변수들이 한국 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금리, 환율, 임금 등이 제값을 반영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한 뒤 문제는 실천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그런 논의들이 어제오늘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말만 무성하고 실천을 안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현 원장도 한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건전성 부문은 개선됐으나 저성장의 장기화, 양극화와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됐다”고 진단한 뒤 “새로운 형태의 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와 관련해선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기업 재무건전성과 금융안전망이 정비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부문 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권 원장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68%가 향후 5년 내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가 급성 폐렴을 앓았다면 지금은 만성질환인 상태”라며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