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행 계획을 취소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가 대학생들 손에 의해 빛을 보게 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5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거쳐 이 기념우표의 발행을 결정했으나 정부가 바뀐 뒤인 지난 7월 기존 결정을 뒤집어 발행을 취소했다. 없던 일이 될 뻔했던 이 기념우표 발행을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이 9월부터 온라인 모금운동과 함께 국민 누구나 개인부담으로 우표발행 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 성사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기념우표’ 하나 발행 못 할 정도로 대립해온 우리 기성세대의 협량이 청년들 보기에 부끄럽게 됐다. 발행 여부로 거친 말싸움과 논평전(戰)이나 벌였던 여야 정치권이 특히 반성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한국대학생포럼 학생들은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요란스럽지 않게 우표 발행을 추진해 왔다. 계획공지 25일 만에 6000명으로부터 2억원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모은 것도 신선했다. 1만원짜리 1만 세트를 제작하려다 후원금이 많아지자 3만 세트를 만들어 2만 세트는 예약자에게 배송해주고, 추가로 온라인 판매에 나서 ‘대통령 박정희’를 차분히 보게 하는 계기도 마련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전직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정도는 여유를 갖고 보면 좋겠다. 이게 새 정부가 기존 결정을 뒤엎고, 여야 정당은 원색적인 공방까지 벌일 일인지 의문이다. 민주당 집권 때 공화당에서 추앙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우표가 발행됐고, 공화당이 집권한 올해 민주당의 아이콘 존 F 케네디 100주년 기념우표가 나온 미국 사례도 열린 마음으로 보자.

박정희 평가도 좀 더 객관적으로 하면서 공과 과를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 ‘개발독재’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박정희 리더십’을 빼고는 논의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에 대한 평가에서 ‘잘못보다 잘한 점이 많다’가 82%로 나온 국민 여론조사도 있다.

그런데도 동상 건립도 난항을 거듭해 이제는 서울 마포의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 세우는 것조차 불확실해졌다. 더구나 이 기념관은 김대중 정부 때 ‘역사와의 화해’ 차원에서 승인된 것이다. 이제 그를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박정희 시대도 이성적으로 돌아보자.